
포마드를 처음 시도했다가 거울 앞에서 멈칫한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엔 머리를 빗어 넘겼는데 결과물이 영화 속 클래식 신사가 아니라 뭔가 어색한 가발처럼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포마드가 촌스러워지는 이유는 대부분 가르마 비율과 볼륨 배분, 딱 이 두 가지에서 결정됩니다.
사이드 파트 비율이 전부를 결정한다
포마드 스타일에서 가르마 위치, 즉 사이드 파트(Side Part)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이드 파트란 두피의 특정 지점을 기준으로 머리카락을 좌우로 나누는 가르마 라인을 말하며, 이 비율에 따라 얼굴 인상 자체가 달라집니다.
요즘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것처럼 2대 8이나 1대 9에 가까운 극단적인 비대칭 가르마는 시대극 속 인물처럼 권위 있고 성숙한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저도 한 번 따라 해 봤는데 뭔가 김정은 같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웃겼지만 이유가 있었습니다.
2대 8 비율은 시선을 얼굴 외곽으로 분산시켜 턱선과 광대의 각도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서양인의 선명한 얼굴 윤곽에는 잘 맞지만, 옆광대가 발달한 한국인 얼굴에 그대로 적용하면 얼굴이 훨씬 크고 무거워 보이는 역효과가 납니다.
6대 4 비율이 현실적으로 훨씬 잘 맞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시선이 얼굴 중앙으로 모이고, 앞머리 기장이 이마 양쪽 헤어라인을 자연스럽게 덮어주기 때문에 탈모 커버와 스타일링을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비율이 캐주얼한 옷에도, 재킷에도 두루 어울리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습니다.
6대 4 사이드 파트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옆광대가 있는 동양인 얼굴형에 가장 적합한 비율
- 헤어라인 노출을 줄여 탈모 부분을 자연스럽게 커버 가능
- 캐주얼부터 비즈니스 캐주얼까지 폭넓게 소화
- 얼굴이 갸름하게 보이는 시각적 보정 효과
볼륨 세팅에서 대부분 실수가 난다
가르마 비율을 잡았다면, 그 다음 관문은 볼륨 세팅입니다. 포마드가 촌스러워지는 두 번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도 초반에 탑(top) 부분을 과하게 볼류마이징(volumizing)했다가 영 어색한 결과를 얻은 적이 있습니다. 볼류마이징이란 헤어 드라이나 브러시를 이용해 모발에 입체감 있는 부피감을 만드는 과정을 말합니다.
핵심은 정수리 부분의 볼륨을 최대한 눌러주고, 이마 앞부분만 살짝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옆에서 보았을 때 이마 경계선에서만 약간의 볼륨이 올라오고, 뒤로 갈수록 두피에 밀착되는 슬릭 한 형태가 지금 시대에 잘 어울리는 포마드 라인입니다. 정수리까지 볼륨을 크게 살리면 80년대 스타일처럼 보이거나, 머리가 전체적으로 부해 보이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드라이 단계에서 옆머리를 충분히 눌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인 특유의 억센 모류(hair flow), 즉 모발이 자라는 방향의 흐름을 드라이 단계에서 미리 잡아주지 않으면 포마드를 아무리 두껍게 발라도 몇 시간 후에 옆머리가 튀어나오게 됩니다. 저는 이걸 뒤늦게 깨달아서 한동안 오후에 머리가 헝클어지는 이유를 몰랐습니다.
스퀘어 라인(square line)도 신경 써야 합니다. 스퀘어 라인이란 측두부를 드라이나 빗으로 정리했을 때 옆머리 실루엣이 부드럽게 둥글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각에 가깝게 각이 살아있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 라인이 살아있어야 포마드 특유의 남성적인 이미지가 완성됩니다. 실제로 이 스퀘어 라인 하나로 전체 완성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제품 선택이 스타일의 지속력을 좌우한다
포마드 제품은 크게 유성과 수성으로 나뉩니다. 유성 포마드(oil-based pomade)는 특유의 묵직한 광택과 높은 고정력으로 정통 바버샵 스타일을 원하는 분들에게 맞습니다. 다만 물로는 세정이 잘 되지 않아 샴푸를 두세 번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수성 포마드(water-based pomade)는 물만으로 씻어낼 수 있어 일상에서 쓰기 편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초반에는 유성 포마드보다 광택이 덜하다고 느꼈지만, 드라이 후 제대로 마무리하면 충분히 윤기 있는 스타일이 완성됩니다. 대부분의 남성에게는 수성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제품을 바를 때는 젖은 상태의 모발에 먼저 펴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발림성이 높아지고 드라이 과정에서 원하는 모양을 잡기가 수월해집니다. 마무리 단계에서 젤을 얇게 코팅해주면 스타일 지속력이 한층 늘어납니다. 일반적으로 스프레이로만 고정하는 것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젤 코팅을 한 번 더 얹는 방식이 훨씬 오래간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루밍 토닉(grooming tonic)을 전처리로 사용하는 것도 차이를 만듭니다. 그루밍 토닉이란 포마드를 바르기 전 모발에 가볍게 뿌려 베이스를 잡아주는 전처리 제품으로, 이후 포마드의 발림성을 높이고 지속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헤어 스타일링 제품의 지속력은 베이스 처리 여부에 따라 체감 차이가 크게 날 수 있으며, 전처리 단계가 최종 완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또한 모발과 두피 건강 측면에서도 유성 포마드를 매일 사용하는 것은 피지 과잉이나 두피 트러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한피부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헤어 왁스나 포마드 같은 피막 형성 제품은 두피 모공을 막을 수 있어 세정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피부과학회).
포마드는 완성하는 데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지만, 가르마 비율과 볼륨 배분, 제품 선택 이 세 가지를 잡으면 생각보다 빠르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르마를 손가락으로 살짝 흐트러뜨린 채 한두 가닥 흘러내리게 두는 방식을 가장 즐겨 씁니다. 완벽하게 각 잡힌 스타일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워 보이거든요. 처음 시도하신다면 6대 4 가르마에 수성 포마드 조합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쉽게 달라진 모습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