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판 고데기로 웨이브를 넣을 수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봉 고데기도 제대로 못 다루는 사람이 납작한 판으로 물결을 만든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심스러웠거든요. 그런데 직접 해보고 나서야 '이게 되는구나'라는 것과 동시에 '이게 이렇게나 어렵구나'라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물결 웨이브를 만드는 원리, 알고 하면 다릅니다
판 고데기로 물결 웨이브를 만드는 핵심은 인컬과 아웃컬을 번갈아 가며 넣는 교차 말음 기법입니다. 여기서 인컬이란 모발 끝을 안쪽, 즉 얼굴 방향으로 말아 넣는 동작을 말하고, 아웃컬은 반대로 바깥쪽으로 꺾어주는 동작입니다. 이 두 방향을 아래에서 위로 교대로 반복하면 S자 곡선이 만들어지면서 물결 웨이브가 완성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동작이 보기보다 훨씬 정교한 협응력을 요구합니다. 거울을 보며 좌우 반전된 상태에서 손목 각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 몇 번은 모발에 ㄱ자 꺾임 자국이 선명하게 남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이 꺾임 자국은 물을 다시 적셔 드라이하지 않는 이상 수정이 거의 불가능해서 상당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컬의 유지력을 높이려면 '식힘'이 절반입니다. 고데기로 열을 가한 직후 그 형태를 손으로 잡고 충분히 식혀주는 과정이 있어야 컬이 오래 유지됩니다. 여기서 쿨링(cooling)이란 열로 변형된 모발의 케라틴 단백질 구조가 새로운 형태로 굳어지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과정 없이 바로 모발을 풀어버리면 단백질 구조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복원력 때문에 컬이 금방 처지게 됩니다.
또한 작업 순서도 중요합니다. 반드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컬을 넣어야 합니다. 위부터 작업하면 아랫부분을 잡을 때 이미 컬을 넣은 윗부분이 당겨지면서 펴진 채로 식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판 고데기 웨이브 작업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눈썹 라인 기준으로 머리를 상하로 분리하고 윗머리는 집게 핀으로 고정
- 남은 머리를 좌우로 나눈 뒤 아랫부분부터 인컬-아웃컬 교차 진행
- 컬을 넣은 직후 손으로 모양을 잡아 충분히 식힘
- 위 섹션을 내려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되, 위로 갈수록 더 신경 써서 탄력 있게 작업
- 마지막으로 옆볼륨을 C컬로 추가하고 뿌리 볼륨 작업으로 마무리
온도 설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는 150도를 기준으로 사용했는데, 일반적으로 건강한 모발은 150~170도, 손상 모발은 130도 이하가 권장됩니다. 열 스타일링 도구의 온도와 모발 손상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185도 이상의 열이 반복적으로 가해질 경우 모발의 케라틴 단백질이 비가역적으로 변성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한피부과학회).
판 고데기의 열 압착, 모발에 무슨 일이 생기는가
일반적으로 판 고데기는 봉 고데기보다 모발에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봉 고데기는 열판 위에 모발을 얹어 열을 전달하는 방식인 반면, 판 고데기는 두 개의 뜨거운 플레이트 사이에 모발을 끼워 강한 압력으로 누르는 방식입니다. 이 열 압착(thermal compression)은 모발 내부의 수분을 훨씬 빠르게 증발시킵니다. 열 압착이란 고온의 두 면이 대상물을 맞닿아 누르는 방식으로 열을 전달하는 것으로, 압력이 더해지는 만큼 열 전달 속도와 강도가 일반 접촉 방식보다 큽니다.
매일 판 고데기로 웨이브를 넣는 분들의 모발 끝을 보면 유난히 푸석하고 갈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바로 이 반복적인 열 압착의 결과입니다. 표면이 매끄럽고 윤기 있어 보이는 것은 큐티클(cuticle), 즉 모발 가장 바깥층의 비늘 구조가 강제로 눌려 평평해졌기 때문입니다. 겉보기에는 윤기가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의 코르텍스(cortex), 즉 모발의 주요 구조를 이루는 내부 단백질층은 조금씩 비어가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특히 유지력 문제도 체감상 뚜렷합니다. 공들여 30분 가까이 웨이브를 넣었는데 점심시간이 지나자 컬이 축 처져버린 경험, 판 고데기를 자주 쓰는 분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겁니다. 이는 판 고데기 웨이브가 압력으로 억지로 꺾어 놓은 형태이기 때문에, 습도나 열이 조금만 가해져도 모발이 본래의 직선 형태로 돌아가려는 탄성 복원력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모발의 탄성 복원력이란 외부 힘에 의해 변형된 모발이 원래 형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말합니다. 유지력을 높이기 위해 스타일링 스프레이로 머리를 딱딱하게 굳혀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건 이미 '자연스러운 여신 웨이브'라는 목표와는 멀어진 것입니다.
모발 건강을 위해 고데기 사용 전후로 헤어 에센스나 오일을 사용하는 습관은 실제로 효과가 있습니다. 모발 코팅 성분이 포함된 열 보호제(heat protectant)는 고데기 열로부터 큐티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의 헤어 스타일링 기기 관련 안전 정보에 따르면, 열 스타일링 기기 사용 시 열 보호 제품 적용이 모발 손상도를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결과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판 고데기가 완전히 나쁜 도구라는 게 아닙니다. 뿌리 볼륨을 살리거나 잔머리와 애교머리를 세밀하게 정돈하는 용도로는 봉 고데기가 따라올 수 없는 정교함이 있습니다. 컬의 굵기와 탄력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장점입니다. 다만 매일 반복 사용하는 '메인 스타일링 도구'로 쓰기에는 모발이 치르는 대가를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판 고데기 웨이브는 분명히 되고 예쁩니다. 하지만 '10분이면 누구나 쉽게'라는 말은, 제가 직접 해보니 어느 정도 손에 익은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처음 도전하는 분이라면 뒷머리 각도 조절과 꺾임 자국 방지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시고, 스타일링 전후 열 보호제 사용을 꼭 습관으로 들이시길 권합니다. 도구는 보조 수단이고, 모발 건강은 한번 잃으면 회복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